바른사회시민회의 토론회 "거짓이 역사가 되는 한국, 비정상 사회 됐다"

입력 2016-02-25 18:29  

세월호 사고는 사이비 지식인이 만든 유언비어의 종합편…

괴담 방치하다 진실처럼 굳어져 거짓이 상품화되는 부작용 속출
유언비어 등에 처벌은 제한적…법정마저 진실 기각해선 안돼



[ 김유미 기자 ] “세월호 사고는 언론과 권력이 만들어낸 유언비어의 종합편이었다.”(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우리 사회는 진실보다 거짓이 잘 팔리는 비정상 사회다.”(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한국 사회는 각종 오보와 괴담, 유언비어로 흔들렸다. 2년 가까이 지났지만 당시 참사를 둘러싼 거짓 정보들이 오히려 진실로 굳어지는 ‘거짓의 역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5일 서울 신문로 한글회관에서 주최한 ‘괴담에 흔들리고, 거짓에 관대한 사회,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다수가 거짓을 외치면 법정마저 진실을 기각하는 비정상 사회가 됐다”고 우려했다.


◆말과 글이 땀과 기술을 이기는 사회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동욱 전 기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약 2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원인조차 밝히지 못한 채 사회 쟁점만 떠돌고 있다”고 돌아봤다. 그는 “언론의 오보, 정치평론가를 포함한 자칭 전문가들이 유포한 유언비어 때문”이라며 “피해자들의 부정과 분노가 증폭되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기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언론보도 흐름을 비판적으로 파고든 책 《연속변침》을 최근 내놓았다.

그가 책을 통해 돌아본 세월호 사고 직후는 온갖 거짓의 총집합이었다. 사고 당일 오전 거의 모든 언론사가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내보내며 혼란은 시작됐다. 당국의 부실한 대응 속에 승선자 수는 12시간 동안 7차례 번복됐다. 이를 틈타 언론들은 선정적인 보도 경쟁에 나섰다.

이 전 기자는 “‘선내 에어포켓이 있으면 다이빙벨로 구조하면 된다’는 일부 주장을 언론이 경쟁적으로 내보내며 거짓 희망을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가라면 다이빙벨이 강한 조류에 무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일부 언론은 여기에는 눈감은 채 무조건 실종자 가족의 정서에만 편승하는 보도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언론이 취재 현장에서 배척당하지 않으려고 사실 보도라는 취재윤리를 저버렸다는 비판이다.

◆사리분별보다 진영논리가 우선

그는 “이후에도 허언증 환자가 종편 방송에 출연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등 문제가 발생했지만 언론은 책임진 적이 없다”며 “아마추어가 전문가를 압도하고 진영논리가 거짓을 권력화했다”고 돌아봤다. 이 전 기자는 2013년 4월 미국 보스턴마라톤대회의 테러사건과 비교했다. 언론은 공식 발표 鵑瓚?넘으려 하지 않았고 정부 역시 분명한 정보만 차례로 내놓았다. 사리분별보다 진영논리가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동근 교수는 “거짓이 사실보다 더 잘 팔리는 ‘거짓의 상품화’ 사회”라고 꼬집었다. 거짓이 방치되다가 진실처럼 굳어지는 사례는 이승복 기사 조작설, 천안함 폭침사건 유언비어 기사, 2008년 광우병 사태 등으로 거듭됐다는 설명이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정파성이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언론의 공정성으로 포장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언론의 자정 시스템도 문제지만, 정부가 국민에게 얼마나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했느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성욱 변호사는 “허위 사실이나 유언비어를 퍼뜨렸을 때 형사처벌은 개인 명예가 훼손됐을 때만 가능해 처벌의 공백이 있다”며 “한국의 여론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법부마저 거짓 유포에 관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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